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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우리는 누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는가?

제20화 광역비자 특별법, 모든 질문의 종착지

― 계획의 법정화, 권한의 지방이양, 정주의 선언문, 그리고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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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를 받아들일 것인가?" 이 질문은 70년 동안 대답받지 못했다. 우리는 국적과 출생지와 체류기한만을 기준 삼았다. 그리고 그 모든 기준 아래 숨겨진 문장은 하나였다. "그들은 언젠가 떠나야 한다." 이 잣대를 깨뜨리기 위해, 나는 삼백 쪽짜리 보고서를 썼다. 그것은 지방에서 시작된 최초의 이민정치 선언문이었다. 중앙이 아닌 지방의 목소리로 쓴 첫 번째 문장이었다. 기존의 모든 비자제도는 관리 시스템에 불과했다. 출입국을 기록하고, 허가와 불허를 판단하는 표준절차일 뿐이었다. 하지만 광역비자 특별법은 말한다. "이제 우리는 그 설계도를 바꾼다." 첫째, 광역비자를 선택할 권리를 외국인에게 부여하라. 그는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이 땅에서 살고 싶습니다." 그러면 지방정부는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당신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둘째, 비자 발급의 1차 권한을 지방정부에 위임하라. 지방은 그 땅을 알고, 그 기업을 알고, 그 사람들을 안다. 중앙이 결코 할 수 없는 판단이 현장에서는 이미 내려지고 있다. 단지 법이 그 판단을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 셋째, 정주지원 종합계획을 법정계획으로 명시하라. 지금은 각 시·군·구가 수립하는 이민종합계획이 아무런 법적 강제력을 갖지 못한다. 그래서 지자체장은 말한다. "하면 좋은데, 안 해도 괜찮아요." 이 말이 끝장나야 한다. 법으로 명령해야 한다. "정주계획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지금까지의 이민법은 개인만을 바라본다. 노동자, 유학생, 투자자, 기술자. 그는 언제나 독립된 단위로 취급된다. 그의 가족은 늘 '동반자'라는 보조항목에 불과했다. 하지만 실제로 지역에서 살아가는 건 그의 가족이다. 아이가 학교에 가고, 배우자가 병원에 가고, 부모가 은행에 간다. 우리는 그들을 '동반자'가 아닌 '주체'로 볼 필요가 있다. 광역비자 특별법은 가족 전체가 법적 주체가 되는 최초의 이민법이 될 수 있다. F-4-R이 아닌 FAMILY-R이 필요한 이유다. 대한민국은 이제 처음으로 '정주'를 입법해야 한다. 정주란 무엇인가? 그것은 사는 것이다. 떠나지 않고, 혹은 언젠가 떠나더라도 그 시간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그 단어를 법률 제1조에 써야 한다. "제1조(목적) 이 법은 외국인이 대한민국의 인구감소지역에서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정주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 한 문장에는 혁명이 있다. '체류'가 아닌 '정주'. '관리'가 아닌 '지역사회 구성원'. 이것은 대한민국 이민법 역사상 처음으로 쓰이는 문장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법은 대한민국이 말하는 첫 번째 환대의 법이 된다. 국가는 권리를 줄 수 있고,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국가는 환대를 '선언'해야만 시민이 그것을 내면화한다. 지방정부는 그 시작점이다. 광역비자 특별법은 국가가 아닌 지방이 환대를 선언할 수 있는 첫 번째 법률이다. 이것은 중앙집권 국가에서 분권 국가로 향하는 첫걸음이다. 하나의 정치체에서 다양한 정치체들로 향하는 여정의 시작이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이 법은 지방의 주권을 재정의하는 법이다. 이민의 권리를 재조명하는 법이다. 정주라는 언어를 입법화하는 대한민국 최초의 문장이다. 김수영의 시어(詩語) '기침'이 떠오른다. 나는 기침을 한다. 나는 기침을 하는데도 모두들 나를 걱정하지 않는다. 나는 걱정하지 않는 그들을 걱정한다. 하지만 이제는 기침이 아니다. 우리는 기침하듯 소리 내어 말했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웅변해야 한다. 법이라는 형식으로, 입법이라는 행위로 웅변해야 한다. 지방이 말하기 시작할 때, 대한민국은 비로소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국가가 될 것이다. 한 가지 결정, 한 가지 기준, 한 가지 정의가 아닌, 지역마다 다른 환대의 방식, 정주의 조건, 공동체의 정의가 존재하는 나라. 2025년, 새로운 대통령은 이 외침을 들을 수 있을까? 지방의 목소리로 쓰인 새로운 공동체의 선언문을, 그는 국가의 법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 법은 우리에게 묻는다. "너희는 누구를 환대할 것인가?" 우리는 대답해야 한다. 지방의 목소리로, 가장 절실한 언어로.

2025.05.04.(일)
호명읍 山合里 연구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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